# 취업을 결심하다
리트 망하기를 거듭하다 일단 취준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문사철에게 취준 시장은 너무나 가혹했다. 일단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직무를 읽어봐도 뭐하는 직무인지 알 수 없었다. 전략 기획이랑 경영 지원이랑 뭐가 다른데요..? 그렇게 네 군데의 대기업 공채를 '끌리는 직무에' 지원했고 할만해보였던 하나의 회사조차 서류 탈락을 하면서 서탈 100%를 달성했다.
한탄하기를 반복하다가 이대로라면 100전 100패 할 것을 예감했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친구가 너뭐되? 수준의 기업의 인턴도 족족 떨어지길래 지원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자격증도 따고싶었는데 어떤 직무로 나아갈지를 결정하지 않으니 따야할 자격증도 미지수여서 일단 취업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사설업체를 뒤져보다 적당한 걸 못 찾고 학교 취업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취업서비스가 제일 다양하고 접근성이 좋았다. 이걸 학교생활 내내 모르고 살았음... 다만 졸업생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한정적이라 빠르게 졸업해버린 게 후회되기도 했다. 당시엔 졸업논문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빨리 졸업해버리고 싶었는데 바보같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통해 4번의 비대면 상담을 받아볼 수 있었다.
# 취업 상담을 받다
사실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다. 경영지식이 덜 필요한 직무의 대기업 공채 서류정도는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KY학부, 높은 학점, 오픽 AL, 토익 거의 만점, 컴활 2급, 마케팅 관련 공모전 대상 1회 이 정도가 내 스펙이었는데 대학교 3학년때까지 코로나로 아무것도 못한 거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쓰레기같은 스펙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취업 상담 받자마자 눈물겨운 위로를 받았다. 리트 준비했으면 아무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고. 아, 저 그정도였군요... 오히려 실감하게 되었다.
화룡점정은 "너 같으면 너를 뽑겠니?" 라는 말이었다. 친구들한테 이 얘기를 해주면 놀라면서 안 울었냐고 물어보는데 한 4번쯤 비슷한 얘기 듣다보면 눈물도 안 난다.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시키는 건 모두 열심히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무거나 하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과 같다고 꾸짖을 갈! 당했다.
그날 나는 이노션 인턴에 지원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그걸 위한 피드백을 받으려고 했다. 여기에 지원하려고 며칠동안 밤새면서 코딩하고 모델링하면서 웹사이트도 만들었고 그렇게 완성한 제작물을 보며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느꼈다.(근데 이 거지같은 회사는 지금 한 달이 지났는데 합불연락이 왜 안 오는지) 그러나 내 이력을 쭉 들어보던 멘토님은 인턴 지원이 문제가 아니라 직무 선택부터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같은 놈은 작은 육각형이라... 전문가도 아니면서 관심은 이곳저곳에 많고 반골기질도 짙어서, 회사에 처음 들어가면 적응하기도 매우 힘들거라고 했다. 본인도 비슷한 성격이라 내 현재 상황이 이해된다고 했다.
안정적인 것보다 성장하는 게 좋고 대기업에 가고싶다고 했다. 대기업과 성장은 정반대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또 혼난 다음, 마인드셋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당했다. 여기까지 듣고는 정말 맞는 말인데 너무 아파서 듣기가 괴롭더라. 그래도 고진감래일까 쓴소리를 견디고 나니 얻어갈 것도 많이 있었다.
멘토님은 내 성향과 바라는 바를 쭉 적어나갔다. 논리적 창의력을 쓸 수 있는 업무, 반복적인 업무는 싫음, 프로젝트성 업무가 좋음, 워라밸 안 챙기고 밤새면서 부트캠프같은 업무 좋음, 명예욕, 해결책 제시, 말 잘함...
이어서 버크만 간이 성격 유형 검사를 진행했다. 나는 내향-사람지향으로 '생각하는 사람' 카테고리에 속했다. HR, 기획자, 컨설턴트, 예술가 이런 직군이 잘 어울린다고 안내받았다.
최종적으로 멘토님은 나에게 '컨설턴트' 를 추천해 주었다. 경영은 하나도 모르는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직업이었다. 대충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컨설팅펌에 해당 회사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의뢰를 하고, 컨설턴트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런 매커니즘이라고 한다. RA에 지원해보라는 조언을 끝으로 마지막 취업 상담이 마무리되었다.
# 컨설팅을 알아보다
직무와 취업에 별 의욕과 관심이 없던 나에게 컨설턴트는 꽤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래서 컨설턴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우리 학교 경영대를 졸업한 컨설턴트를 목표로 하는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그 친구는 어쩌다보니 로스쿨에 합격했다고 했다... 나만 안 돼... 이 친구한테도 물어보고 이곳저곳 검색을 하다보니 컨설팅이 정말 짜증나는 직군임을 깨닫게 되었다. 전략학회 내부에서 정보와 자료가 오고가고, 심지어 채용도 인맥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영대 사람들이 휴학까지 하며 너도나도 전략학회에 지원하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컨설팅펌 취업을 도와주는 학원에도 연락하게 되었고, 6회 수업에 180만원이라는 거 듣고 최종적으로 정신병 올 뻔 헀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수업을 따로 듣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수강은 보류한 채 RA 채용사이트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카페 아이컨에도 가입하고, 학교 경력개발센터도 뒤져봤다. 그리고 외국계 채용 사이트도 뒤적였다. 한 가지 호재는 RA를 정말 많이 뽑는다는 것이었다. 수요도 많은데 공급도 많은 게 문제일 뿐... 그렇게 RA에 지원하려고 영문 레쥬메를 작성하다보니 무조건 Work Experience 3가지는 채워야 MBB든 어디든 컨설턴트로 채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RA를 하면 일반 대기업 채용에서도 가점을 주는 경우가 많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비벼보기로 다짐했다.
컨설팅 업무하시는 친구 아버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컨이 아니라 대기업 전략기획실에 게시지만 어쨌든 내 주변의 유일한 현직자였다. 일단 RA도 안 뽑히면 컨설팅은 접으라는 냉정하지만 단호한 한마디와 함께, 무조건 RA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덧붙여 이력서에는 적응력이 좋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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