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하의 힘은 '연결'을 통해 지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공간 혁명'에 있다. 포항 운하는 비록 1.3km의 짧은 운하이고 2014년에 완공된 역사가 길지 않은 운하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포항운하를 통해 들어온 물류가 오고 가는 목적지 시드니이든 서울이든 그곳이 바로 포항운하의 종점이다.
포항은 군사요충지였다가 기근에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물류센터이기도 했으며, 수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가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 그 과정에서 번영했던 동빈내항은 구항이 되었고 인구가 증가하며 강에 외벽이 설치되자 동빈내항과 형산강의 물길이 막혔다. 내륙과 해양의 결절점이었던 포항은 그 장점을 잃어버리게 됐고 슬럼화와 도시공동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된 포항운하는 멈춰있던 물길을 흐르게 하여 내륙과 해양을 다시금 연결시켰다.
여전히 포항은 우리에게 철강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고 이 도시에 '장소애'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아름다운 수변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포항의 역사적 기억들을 되살려야하고 포항운하가 국제적 물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가 더욱 요구된다.
이전에 읽었던 『대운하시대』에 비하면 훨씬 매우 쉬운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도 간략하게 서술되어있고 '연결'이라는 주제의식도 명확해서 빠르게 완독할 수 있다. 뭔가 포항에서 지원받아 쓰인 글같은 간접광고같은... 그런 느낌을 계속 풍기는 것만 빼면 좋은 책이다ㅋㅋㅋㅋ
그래도 역시 교수님의 통찰력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부분은 꼭 기록해두고 싶다. 포항 운하에 배치된 조형물 중 <정지된 말>이라는 작품을 보고 떠올린 감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선북마 사주등육" 중국 대운하의 갑문 시설 청강포의 비석에 기록된 문구이다. "남쪽에서는 배를 타고 북쪽에서는 말을 타니,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타다"라는 의미와 동일하게 포항 운하에 비치된 조각은 마치 내륙에서 말을 버리고 여기에서 배를 타고 떠나라는 메세지를 주는 듯 하다. 실제로 포항시가 이런 메세지를 암시하기 위해 <정지된 말>을 운하 앞에다 가져다놨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서사를 알게 될 때면 어떤 감동이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은 연결과 단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포항은 연결과 단절이 공존하는 곳이다. 내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곳이자 땅과 바다가 끝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포항은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게 포항은 분주하게 달려가던 사람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슬로우시티처럼 느껴진다.
포항에 대해서는 포항공대와 포스코밖에 몰랐던 나인데 이제는 포항을 가면 전혀 다른 이미지들이 내 머리를 채우게 될 것 같아 이 책과 함께 포항을 언젠가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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